차가운 바닷바람 끝에 만난 위로, '피란 곰탕' 한 그릇의 온기
차가운 바닷바람 끝에 만난 위로,
'피란 곰탕' 한 그릇의 온기
거제도에서 건져 올린 가장 따뜻한 기억
거제도의 겨울 바다는 유난히 시리고 푸릅니다.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, 몸속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데워줄 무언가가 절실해지죠. 그럴 때 운명처럼 만난 음식이 있습니다. 이름만 들어도 그 시절의 애환이 느껴지는 '피란 곰탕'입니다.
화려한 기교도, 자극적인 양념도 없습니다. 그저 묵묵히,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끓여낸 정직한 맛.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이 투박한 한 그릇이 때로는 가장 큰 위로가 된다는 걸, 이번 거제 여행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.
"국물이, 참 깊다."
뚝배기 가득 담겨 나온 곰탕의 맑은 국물을 한 숟가락 뜨는 순간, 입 밖으로 나온 첫마디였습니다.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, 혀끝에 감기는 묵직한 고소함이 일품이더군요. 좋은 재료로 긴 시간 정직하게 고아냈다는 것이 맛으로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.
야들야들하게 삶아진 수육은 또 어떻고요. 국물과 함께 훌훌 넘어가며 빈속을 든든하게 채워줍니다. 여기에 잘 익은 깍두기 하나 얹어 먹으면, 그곳이 바로 무릉도원이죠.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조합입니다.
여행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. 거제도가 품은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탄생한 이 음식이, 오늘날 우리에게는 가장 포근한 위로가 되어주다니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고마운 일입니다.
거제에 오신다면,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피란 곰탕 한 그릇의 여유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.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, 따뜻한 위로와 정을 채우는 시간이 될 테니까요.

댓글
댓글 쓰기